AI 기술은 예술과 문화 영역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상 악기가 전통 타악기를 대체하고, 로봇 팔이 북을 치며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며, 심지어 지역 축제의 퍼레이드마저 디지털로 연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각종 문화 행사에서도 이제는 LED 드론쇼나 AI 기반 음향 시스템이 무대를 꾸미고 있으며, 전통 공연의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듯 보인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풍물패’는 한때 사라져가는 전통 예술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전국의 크고 작은 지역 축제에서는 풍물패 장인들이 단골로 초청되고, 그들의 공연이 가장 큰 호응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일까?
비트에 맞춰 정확하게 동작하는 AI 퍼포먼스가 아닌, 사람의 손과 호흡, 몸의 리듬으로 완성되는 풍물의 현장감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풍물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서와 기억을 불러내는 소리이고, 사람과 사람이 몸으로 연결되는 전통 문화의 집약체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도 꾸준히 지역 축제마다 불리는 풍물패 장인들의 생존 전략을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그들의 연주가 어떻게 감동을 만들며, 어떻게 기술과 시대 변화 속에서도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조명해본다.
풍물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에너지’다
풍물패 공연은 일반적인 무대 공연과 다르다. 무대 위에서 관람객이 일방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연주자가 하나의 흐름 속에 섞여 함께 호흡한다. 꽹과리, 장구, 북, 징, 소고가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리듬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서는 ‘움직이는 울림’이다. AI 드럼 머신이나 샘플링 기술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풍물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구현할 수 없다. 한 풍물패 장인은 “풍물은 사람이 직접 움직이고, 숨 쉬고, 땀 흘리면서 만들어지는 음악이에요. 그게 바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이죠”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역 축제에서 풍물패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고, 아이들은 소고를 따라 흔들며 어른들은 장단에 맞춰 손뼉을 친다. 이는 ‘연주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느끼고 참여하는 감각이다. AI가 만든 정교한 퍼포먼스는 감탄을 자아낼 수는 있어도, 풍물패가 주는 정서적 교감과 몸의 울림은 흉내 내기 어렵다. 이처럼 풍물은 무형의 정서적 경험을 공유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번 본 사람은 다시 찾는다, 장인의 리듬은 기억에 남는다
풍물은 단순한 사운드의 반복이 아니다. 공연을 하는 사람의 손의 힘, 발의 리듬, 얼굴의 표정, 몸짓의 여운까지 전부가 하나로 작동한다. 풍물패 장인은 오랜 시간 동안 체득한 기술을 통해 연주의 강약, 속도, 리듬의 텐션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예를 들어, 장구를 칠 때 손목에 실리는 힘의 각도, 소고를 돌릴 때 원을 그리는 방향, 북의 두드림이 모이는 타이밍은 단순 반복이 아니라 즉흥성과 상황 인식에 기반한 감각적 연주다. 이러한 감각은 AI가 미리 입력된 비트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다. 어떤 지역 축제 관계자는 “그 풍물패는 리허설도 없이 현장에서 분위기 보며 연주를 바꿔가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인상 깊어서 매년 부르게 돼요”라고 말한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장단과 퍼포먼스를 통해 고향의 정서, 과거의 추억, 공동체의 정체성을 느낀다. 그래서 한 번 본 사람은 꼭 다시 찾고, 장인의 연주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정서적 경험의 기억으로 남는다.
AI 시대,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풍물, 디지털과 연결된 전통
풍물패 장인들은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은 SNS, 유튜브, 티켓 플랫폼 등을 적극 활용해 활동을 넓혀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부 풍물패는 ‘소리꾼 브이로그’, ‘풍물 장단 배워보기’, ‘축제 현장 리와인드’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며 젊은 층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이는 풍물이 단지 전통 예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소통 방식과 결합해 살아 움직이는 문화임을 보여준다. 또한 풍물 장인들은 AI 음향 시스템과도 협업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를 통한 무선 확성, 리듬감 있는 영상 배경과의 동시 연출, 스모그·조명 효과와 풍물의 결합은 전통의 현장감과 현대 기술이 어우러지는 방식이다.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되, 중심에는 사람의 감각과 공동체적 리듬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융합 방식은 특히 관광객이 많은 축제에서 더욱 효과를 발휘하며, 풍물의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인다. 장인은 시대에 맞게 변화를 수용하지만, 절대 놓치지 않는 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감성’이다.
AI 시대, ‘예술가이자 공동체 활동가’로서의 생존 전략
풍물패 장인은 단순히 예술가가 아니다. 이들은 지역의 마을 잔치, 주민자치 축제, 학교의 국악 수업, 다문화 커뮤니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공동체의 문화 활동가 역할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어떤 풍물패는 매주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풍물 교실을 열고 있으며, 명절이나 제례 행사에도 함께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전통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어르신들은 정서적 위안을 받는다. 풍물 장인은 ‘내가 가진 기술’을 나누고 퍼뜨리는 것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확장한다. AI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인생과 문화적 맥락을 공유하며 세대를 잇는 역할은 할 수 없다. 풍물패가 축제에서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일상 속에서 ‘항상 함께하는 존재’가 될 때, 이들의 생존 기반은 더욱 단단해진다. 더불어 지방 문화재로 등록되거나 지역 문화 예술 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아, 생계와 활동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풍물 장인의 생존 전략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 녹여내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유일한 감각으로, 여전히 축제의 가장 앞줄에서 북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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