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침범하고 있는 시대다. 이제는 음식 주문도 인공지능이 추천하고, 스마트 주방에서는 로봇이 제과와 제빵을 자동으로 해낸다. 백화점 푸드코트나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레시피와 조리법을 데이터화해 균일한 맛을 유지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정교하게 포장된 디저트가 다음 날 문 앞에 도착하는 시대다. 이런 변화 속에서 동네 전통 떡집의 존재는 시대에 뒤처진 업종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동네 떡집은 전국적으로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청년층 유입은 거의 없고, 고령화된 운영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처럼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손님이 끊이지 않는 떡집이 있다. 그들은 무엇으로 살아남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전통 떡집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기술이 무엇인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감각과 정서적 가치, 그리고 현실적인 생존 전략에 대해 네 가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AI가 표준화할 수 없는 맛과 감성: 손맛은 알고리즘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AI 시대의 음식 산업은 ‘표준화’와 ‘효율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정한 온도와 시간, 계량화된 레시피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같은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전통 떡은 그 특성상 기계적 표준화가 어려운 음식이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날씨, 온도, 습도, 멥쌀의 수분 상태에 따라 떡의 질감과 맛이 달라지며, 이런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조절하는 능력은 수십 년 경력의 떡 장인에게서 나온다. 기계는 ‘설정값’대로만 움직이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반면 떡집 운영자는 반죽을 만져보는 순간 수분 함량을 감지하고, 찌는 시간이나 찜기 온도를 조절해 최적의 식감을 만들어낸다. 특히 인절미나 송편처럼 모양과 결이 중요한 떡은 손의 압력, 속 재료의 배합, 모양을 잡는 감각이 맛을 좌우한다. 손맛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경험의 총합이며, 이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객은 단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떡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맛’, ‘엄마 손맛 같은 정서’를 찾기 때문에 전통 떡집이 여전히 의미를 가진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전통의례와 맞춤형 제작
전통 떡집은 단순한 음식 판매처가 아니라 의례 문화와 함께 움직이는 공간이다. 백일 떡, 돌떡, 회갑연, 제사, 혼례 등 다양한 한국의 전통 행사에는 반드시 떡이 함께하며, 그 종류와 색상, 포장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주문은 대형마트나 AI 기반 자동주문 시스템으로는 처리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돌잔치를 위한 삼색 절편이나 고임 떡을 주문할 때, 고객은 지역 풍습과 가족 상황에 따라 요구 사항이 다르다. "이 집은 손님이 많으니 양을 좀 더하고", "백일인데 요즘은 작게 꾸미니까 박스 크기를 줄여달라"는 요청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정서와 문화가 섞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전통 떡집 운영자는 이런 비정형 요청을 듣고,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각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고객이 떡을 찾는 이유는 떡 그 자체보다, ‘의미’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그 맥락을 이해하는 인간적인 소통이 중요하다. AI는 이런 맥락을 해석하거나 감정적으로 응답하지 못한다. 따라서 전통 떡집은 단순한 판매점을 넘어서, 지역 문화와 감정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AI 기술로는 부족한 고객 맞춤형 응대와 지역 사회에서의 신뢰 구축
전통 떡집이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지역 기반의 신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시대에, 동네 떡집은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며 고객과 관계를 맺어왔다. “우리 첫째 돌 떡도 여기서 했어요”, “할머니 제사 때마다 여기서 사요” 같은 말은 단골 고객이 떡집을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가족의 기억을 함께해온 장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떡집 운영자는 고객의 얼굴을 기억하고, 가족의 상황도 알고 있으며, 선호하는 떡의 종류까지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서적 유대감은 AI 기술로는 흉내낼 수 없는 깊은 신뢰의 결과다. 특히 포장 디자인, 구성 수량, 당일 수령 시간 조정 같은 요청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에서는 번거로운 예외 처리이지만, 동네 떡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처리된다. 더불어 고객이 떡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이건 어때요?”, “지난번보다 더 찰지게 해드릴까요?” 같은 인간적 소통은 재구매율을 높이고, 입소문 마케팅의 핵심 동력이 된다. 전통 떡집은 상품이 아니라 관계와 기억을 파는 곳이다.
AI 디지털 시대에도 가능한 감성 브랜딩과 새로운 전략
AI 시대라고 해서 전통 떡집이 기술을 배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성과 전통을 중심에 두고, 기술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SNS를 통해 떡 제작 과정을 공유하거나, 블로그에 손님 사연과 함께 맞춤형 떡 구성을 소개하면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이 된다. ‘고객의 이야기가 담긴 떡’은 상품 그 자체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이는 온라인 기반 대형 업체들이 갖추지 못하는 차별화 요소다. 또, 인스타그램을 통해 떡의 비주얼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거나, 계절별 이색 떡 시리즈를 기획해 ‘전통 + 트렌드’의 조화를 이루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예약 시스템은 간단한 웹폼이나 네이버 예약 기능만으로도 충분하며, 비대면 결제와 픽업 서비스는 오히려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전통 떡집이 갖춘 손맛과 정서적 스토리에 디지털 툴이 더해지면, ‘낡은 가게’가 아닌 브랜드를 가진 현대형 전통 매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전통이라는 자산을 시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감각이며, 기술은 그것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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