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생존 전략

전통 된장·간장 장인이 말하는 AI 시대 생존법, 발효의 감각은 기계가 못 한다

neomilion0317 2025. 7. 26. 21:59

AI 기술이 식품 제조업에도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로봇이 식재료를 자동 계량하고, 센서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며, 인공지능은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는 시대다. 발효 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식품 기업들은 자동화된 발효 시스템과 숙성 시뮬레이션을 통해 균일한 맛을 재현하려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수작업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전통 장인은 점점 더 드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전통 장류 장인은 고령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기계로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 장류를 찾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오히려 AI 기술이 주는 획일적인 맛에 지친 이들은 손맛과 감각이 담긴 발효 식품을 더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전통 된장·간장 장인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있는지, AI 시대에 장인이 갖는 경쟁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기술과 공존하며 장류 문화를 지키는 전략은 무엇인지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전통 된장, 간장 장인들

 

발효는 AI 데이터가 아니라 감각으로 완성된다

발효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과정이다. AI는 일정한 환경을 조성하고, 온도와 습도, pH 값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이상적인 발효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 장류에서 발효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된장과 간장은 기계적으로 ‘숙성 조건’을 맞춘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메주를 띄우는 시기, 햇빛의 세기, 항아리의 재질, 바람의 방향과 강도, 그리고 발효를 시작한 날의 공기 상태까지도 장류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다. 장인은 이런 요소를 단지 숫자가 아닌 ‘감각’으로 느끼고 판단한다. 메주 냄새가 조금 달라졌을 때의 변화, 항아리에서 올라오는 기포의 패턴, 장독 위에 앉은 곰팡이의 색과 결을 보고도 숙성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은 수십 년간 장을 담가온 경험을 통해서만 축적되는 것으로, 인공지능이 단기간에 학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장인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기후와 장의 대화'를 이해하며, 이는 대량 생산 공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품질을 만들어낸다.

 

AI 시대, 기계는 못 만드는 시간의 맛과 지역의 맛

전통 장류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한 지역의 기후와 문화, 그리고 오랜 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일한 방법으로 장을 담갔어도, 남해에서 담근 간장과 강원도 산골에서 담근 간장은 전혀 다른 풍미를 지닌다. 이는 그 지역의 공기, 물, 온도, 햇빛, 발효 환경이 모두 장의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AI 시스템은 이를 일정한 표준으로 통제하려고 하지만, 바로 이 ‘차이’가 전통 장의 가치다. 예를 들어, 해풍이 부는 지역에서 띄운 메주는 짭조름한 바람 속에서 천천히 숙성되며, 그 향이 간장에 배어난다. 장인은 이 미묘한 변화를 수용하고, 오히려 ‘자연이 만든 우연’을 장맛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고객은 바로 이 ‘시간과 지역의 고유성’을 맛보러 전통 장인을 찾는다. 이는 AI 기반의 공장식 대량 발효 시스템이 결코 제공할 수 없는 가치다. 따라서 장인은 단지 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의 기억을 담아내는 문화의 매개자이기도 하다. 이런 고유성은 기술로 표준화될 수 없기 때문에 전통 장류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시장을 형성한다.

 

직거래와 경험 중심 판매가 장인을 지켜준다

전통 장류의 생존 전략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서 ‘경험을 함께 파는 것’에 있다. 대형 유통망이나 온라인 플랫폼이 유리한 가격 경쟁을 벌이는 반면, 장인은 자신의 작업 환경을 개방하고, 손님에게 장독대를 직접 보여주며 신뢰를 쌓는다. 예를 들어, 메주를 띄우는 시기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장을 뜨는 날 손님을 초대해 함께 나누는 행사는 단골 고객을 형성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실제로 농촌 체험형 장류 공방들은 아이를 둔 가족,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 있는 도시 소비자, 요리 전문가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SNS를 통해 장 담그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거나, 매달 발효 상태를 사진으로 전달하는 소규모 구독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신뢰’를 함께 전달하는 셈이다. 특히 식품의 안정성과 진정성에 민감한 소비자일수록 장인의 손으로 만든 발효식품을 더 선호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식품을 관리하더라도, 고객은 결국 ‘사람의 손에서 나온 것’에 더 깊은 신뢰를 둔다.

 

AI 기술과 공존하는 장인의 자세, 배척보다 융합이 해법이다

AI 기술이 무조건 전통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장인이 기술을 거부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수용한다면, 오히려 생존력을 더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효 과정 중 기본적인 온도와 습도 관리는 자동화 센서를 활용하고, 문제 상황을 알림으로 받을 수 있다면 장인의 수고를 줄이고, 품질도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제품 관리와 유통, 마케팅에는 AI 기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 안내, 장류를 활용한 요리법 추천, 구독 배송 주기 자동화 등은 디지털 기술이 장인의 품질을 고객에게 더 잘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실제로 전통 장류 제조자 중 일부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적극 활용해 손맛과 이야기, 감성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장인은 기술과 감성을 적절히 결합할 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다. ‘된장 하나를 담가도 사람 냄새가 나는 곳’, ‘간장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는 평판은 결코 AI가 만들 수 없다. 결국 생존의 열쇠는 기술을 품되, 중심은 사람의 감각과 신뢰에 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