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과 AI 원예 기술의 발전은 식물 관리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고 있다. 수분 센서와 온습도 조절 장치, 자동 광량 조절 시스템, 병해충 감지 AI 등은 식물의 생장을 과학적으로 최적화하며, 인간의 개입 없이도 대규모 식물 재배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특히 식물원과 같은 대형 시설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도입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식물 생존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통적으로 식물 관리와 정원을 책임져온 원예사(園藝師)라는 직업은 점점 그 역할이 줄어드는 듯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전히 수많은 식물원에서는 AI 기술을 도입하면서도 숙련된 원예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식물원은 “식물은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동화보다 사람 중심의 돌봄을 강조한다. 이 글에서는 AI 식물 센서가 널리 보급된 시대에도 원예사가 여전히 중요한 이유,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식물 관리의 감각, 식물과의 정서적 상호작용, 그리고 기술과의 공존을 통한 생존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AI가 감지하지 못하는 식물의 ‘미세한 신호’는 사람만이 본다
AI 센서 시스템은 수치에 강하지만, 식물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완전히 해석하지는 못한다. 수분 부족, 영양 결핍, 뿌리 질병 등은 수치화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식물은 잎의 기울기, 색의 명도 변화, 줄기 흐름의 미세한 뒤틀림 등으로 반응한다. 실제로 한 식물원 원예사는 “잎이 푸르다고 다 건강한 게 아니고, 빛이 반사되는 각도나 촉감만 봐도 수분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AI는 이러한 감각 기반의 해석을 하지 못하고, 설정된 수치 이탈 여부만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센서 상으로는 적정 온습도 범위인데도 식물이 계속 시들면, AI는 그 원인을 알지 못하지만 원예사는 그늘진 위치, 토양 통기성 부족, 뿌리 썩음 등 현장의 환경적 맥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낸다. 이처럼 식물은 단순히 데이터가 아닌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그 생체 반응을 직감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특히 희귀종이나 열대성 식물처럼 예민한 품종은 숙련된 원예사의 ‘감각적 판단’ 없이는 건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정서적 교감과 손의 돌봄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
식물은 단순한 기계적 관리만으로는 잘 자라지 않는다. 매일 눈을 마주치고, 손으로 만져주고, 자라는 방향을 조절해주는 사람의 돌봄이 식물 성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예사들은 이를 ‘식물과의 교감’이라고 표현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인간이 식물에게 말을 걸고 다정한 손길을 주었을 때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한 식물원에서 15년 넘게 근무 중인 원예사는 “하루에 한 번씩 돌아다니면서 손으로 잎사귀를 정리해주면, 그 식물이 아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훨씬 빠르게 회복한다”고 말한다. AI 센서는 물을 주고 온도를 조절할 수는 있어도, 식물과의 일대일 감정적 상호작용은 불가능하다. 특히 식물원처럼 대중이 관람하는 공간에서는 식물의 생명력과 활기가 중요하며, 그 활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사람의 손’이다. 결국 원예사의 존재는 단순한 기능 수행을 넘어서, 생명과 감성의 연결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AI 기술이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가치다.
AI에게 100% 의존할 수 없는 이유, 환경 맥락을 읽고 현장에 즉각 대응하는 인간의 판단력
AI 시스템은 설정된 조건에서만 작동하며, 예기치 못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일조량 변화나 예외적인 습도 급변 상황이 발생했을 때, AI는 미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작동하지만, 그 원인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일은 어렵다. 반면 원예사는 현장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한 원예사는 “오늘 비가 와서 천장의 자동 커튼이 닫혔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유리창 안쪽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부 식물을 위치 변경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현장의 복합적 조건을 고려해 즉각 조치를 취하는 능력은 오직 숙련된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특히 전시를 위한 식물 배치, 계절에 따른 식재 계획, 어린이 관람객을 고려한 공간 안전성 확보 등은 데이터로는 설계할 수 없는 맥락 중심 작업이다. AI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통합적 판단과 예술적 연출, 공간 감수성을 반영하는 작업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따라서 원예사는 기술이 보완하지 못하는 현장 적응력과 판단력을 가진 생존 전문가다.
AI 기술을 활용하되, 중심은 사람의 손에 두는 융합 전략
현대 식물원은 AI 기술과 원예사의 감각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식물원은 자동화 급수 시스템, 조도 센서, 공기 정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도, 하루 두 번 이상 원예사가 직접 식물 상태를 확인하도록 운영 매뉴얼을 구성한다. 한 대형 온실 식물원은 “기계는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원칙 아래, AI 센서 데이터를 원예사에게 제공하고, 원예사는 이를 바탕으로 세밀한 조치를 내린다. 또한 원예사는 관람객과의 소통, 교육 프로그램 운영, 계절별 테마 기획 등 공공성과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의 중심에 서 있다. 기술은 보조자일 뿐, 공간의 정체성과 식물의 생명성을 유지하는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다. 이처럼 원예사는 기술을 적극 수용하되, 핵심 판단과 정서적 역할을 독점하는 위치에 설 때 가장 큰 경쟁력을 갖는다. AI 시대에도 ‘사람이 돌보는 식물’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으며, 그 중심에는 여전히 감각을 가진 원예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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