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생존 전략

AI 농법과 스마트팜을 이긴 1세대 전통 농부의 감각적 판단 전략

neomilion0317 2025. 7. 30. 14:26

스마트팜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 농업 시스템이다. 토양의 pH, 온도, 습도, CO₂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급수, 환기, 비료 투입까지 자동으로 조절한다. 이를 통해 적은 노동력으로도 높은 수확량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젊은 세대 농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도시 한복판에서도 센서와 컨테이너만 있으면 상추를 수확할 수 있을 만큼 농업은 기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1세대 농부들, 즉 손으로 땅을 읽고 하늘을 보고 작기의 타이밍을 정했던 농부들은 시대에 뒤처진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충북 괴산에서 4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이기철(가명) 농부는 그런 흐름 속에서도 전통 농법을 고수하며 스마트팜을 능가하는 품질을 인정받아 여전히 고객과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작물은 대형 유통업체보다도 식자재 셰프, 건강식품 기업, 로컬 푸드 매장에서 먼저 찾는다. 이 글에서는 실제 1세대 농부인 이기철 씨의 농사 방식과 함께, AI 시스템이 대체하지 못하는 ‘감각의 농사’, 현장 판단력, 고객 신뢰를 유지하는 전략을 중심으로 풀어본다.

 

AI 기반 스마트팜도 이길 수 없는 전통 1세대 농부의 감각

 

AI 센서가 놓치는 토양의 기분을 손끝으로 읽다

AI 농법은 토양 센서를 통해 수분, 질소, pH 농도를 정밀하게 분석하지만, 1세대 농부 이기철 씨는 ‘그런 숫자는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종을 심기 전, 항상 맨손으로 흙을 움켜쥔다. 흙의 온기, 습기, 손에서의 느낌을 통해 올해 토양의 성질을 파악한다. “흙이 손바닥에 잘 뭉치면서도 금세 부서지면 물기가 알맞고 통기성도 좋다는 신호야.” 그가 설명한 이 말은 농업 전문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실전 기술이다. AI는 수치를 분석하지만, 작물 뿌리가 느끼는 감각까지는 이해하지 못한다. 실제로 한 해는 인근 스마트팜이 급격한 기온 변화로 작황 피해를 입었지만, 이기철 씨는 자신의 경험으로 기온 급변을 예상해 미리 이랑을 낮춰 토양 온도를 유지했다. 그는 기계가 아닌 하늘의 흐름과 땅의 감촉으로 농사의 방향을 잡는다. 여기에 더해 그는 흙의 냄새도 중시한다. “비가 오기 직전엔 흙에서 짠내가 올라오지. 그때는 절대 씨를 안 뿌려.” 이런 식의 감각적 판단이 바로 데이터에 없는 농사의 본질이다.

 

하늘과 벌레를 읽는 감각, AI는 모르는 생물학적 흐름

스마트팜은 날씨 예보와 연동된 자동 시스템으로 급수량이나 방충 작업을 자동화하지만, 이기철 농부는 아침마다 하늘을 보고 그날의 바람과 냄새로 날씨를 예측한다. “이슬이 많고 바람이 가볍게 불면 하루 이틀 안에 비가 온다. 그런 날은 거름 뿌리면 흙이 숨을 못 쉰다.” 또한, 해가 뜨기 전 밭을 돌아보며 벌레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스마트팜이 방제 타이밍을 데이터로 분석한다면, 그는 벌레의 위치와 작물의 입 모양만 보고도 병충해를 예측한다. 실제로 일반 농가들이 병해충 피해로 작물을 대거 폐기할 때, 이기철 씨는 천적 방제를 미리 해놔서 피해를 줄였다. 그는 해마다 다른 해충 패턴을 기록해 두고, 봄의 비율이나 온도에 따라 예상 해충 종류를 미리 판단한다. AI는 작물의 상태를 수치로 파악하지만, 생명체 사이의 미세한 상호작용까지는 감지하지 못한다. 그는 말한다. “농사는 데이터로만 되는 게 아니야. 벌레도, 식물도, 날씨도 다 이야기하는 거지. 그걸 듣는 귀와 손이 있어야 진짜 농부지.” 결국 AI가 학습하지 못하는 것은 비정형의 흐름이며, 그 흐름을 잡아내는 감각이 이기철 씨의 최대 자산이다.

 

고객은 AI 기술보다 ‘사람의 신뢰’를 먼저 산다

AI 기반 농산물은 일정한 품질과 외형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고객이 매년 이기철 농부의 작물을 찾는 이유는 ‘맛과 향의 깊이’다. 특히 오랜 거래를 이어가는 한 건강식품 업체 대표는 “수치상으로는 스마트팜 작물과 같지만, 이기철 씨의 작물은 향이 다르고, 저장성도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그는 고구마, 들깨, 참깨 같은 품목에서 특히 강점을 가진다. “이 씨 아저씨 고구마는 삶아도 껍질이 잘 벗겨지고 단맛이 풍부하다”고 말하는 단골이 있을 정도다. 이기철 씨는 단지 작물을 잘 키우는 농부가 아니라, 고객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신뢰를 쌓아왔다. “비 오기 전에는 수확 못 해줍니다. 물 머금으면 맛이 떨어져요”라고 단호히 말할 때, 고객은 오히려 그런 고집에 신뢰를 보낸다. AI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맞춤 데이터를 줄 수 있지만,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진 못한다. 고객이 언제든 전화로 문의하고, 작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공유받고, 농부의 철학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구조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작물은 스마트팜의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선택된다. 이기철 씨는 ‘농산물’이 아닌 ‘농부’로 선택받는 생존 전략을 체화한 사례다.

 

AI 기계를 활용하되, 중심은 사람의 감각에 두는 융합 농법

이기철 씨는 AI 기술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는 하우스 안에 간단한 온습도 센서와 관수 타이머를 설치해 최소한의 자동화를 활용한다. 다만 그는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판단이 최종 결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도계가 28도라고 해도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미지근하면 문 열어야 해요. 안 그러면 뿌리가 병들어.” 그는 농사에서 ‘기계는 도구일 뿐, 주체는 농부’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는 지역 농협과 연계해 귀농인 교육도 맡고 있다. 강의 때마다 “기계도 쓰되, 손으로 땅을 느껴라”고 반복한다. 최근엔 손자에게도 농사법을 조금씩 알려주고 있으며, 자신이 기록해 온 농사 일지를 전자화해 후손에게 남기고자 한다. 이기철 씨는 요즘 SNS를 통해 자신의 밭 이야기를 올리고, 직거래 앱을 통해 고객과의 연결도 유지한다. 전통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직접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농사 방식은 스마트팜과 경쟁하지 않고, 기계로 못 다루는 영역을 사람의 감각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생존력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이야말로 AI 시대에도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임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