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생존 전략

AI와 함께 일하는 전통 직업인들 융합 사례 5가지

neomilion0317 2025. 6. 28. 19:00

AI가 사회 전반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전통적인 기술과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론이 한동안 확산됐다. 목수, 도예가, 옻칠장, 한복 디자이너 같은 전통 직업들은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보수적인 기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기술을 보유한 장인들이 오히려 AI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2025년 현재, ‘AI와 협업하는 장인’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도자기 공방에서 3D 모델링을 활용하고, 한복 디자이너가 AI 패턴 생성기를 통해 새로운 문양을 실험하며, 전통 공예가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작품을 전 세계에 소개한다. 전통 기술은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오히려 확장성과 경제성, 글로벌성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획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AI와 함께 일하는 전통 직업인들의 구체적인 융합 사례 5가지를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전략과 통찰을 분석한다.

AI 와 전통 직업의 융합 사례 5가지

 

도예가의 3D 모델링 도입 – 전통 형상의 현대적 재해석

 

충청북도에서 활동 중인 도예가 김지훈 씨는 전통 도자기 제작 방식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손으로 도자기를 빚어왔지만, 최근 3년 사이에는 3D 모델링 툴과 프린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씨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AI 기반 3D 디자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도자기 형상을 시뮬레이션한다. 이 과정에서 곡선의 비율, 높이, 무게 중심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으며, 다양한 형태를 빠르게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여전히 마지막 제작과 유약 공정은 손으로 직접 수행하지만, 그 이전 단계의 반복 작업과 시각적 검증은 AI 툴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더 많이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김 씨는 “기술이 도자기를 대신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돕는 도구가 됐다”고 말한다. 이처럼 전통 기술과 디지털 도구의 협업은 기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효율성과 창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의 AI 문양 생성기 활용 – 전통 패턴의 현대적 확장

 

서울 종로에서 작업 중인 한복 디자이너 박윤희 씨는 AI를 통해 새로운 전통 문양 디자인을 실험하고 있다. 그녀는 AI 패턴 생성기를 이용해 조선시대 문양을 기반으로 수천 개의 새로운 조합을 생성하고, 그 중에서 창의적이면서도 전통미를 잃지 않는 형태를 선택해 실제 한복에 적용한다. 과거에는 문양 디자인에만 몇 주가 걸렸던 작업이, 이제는 단 며칠이면 수십 개의 시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박 씨는 AI가 제안한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손수 수정을 더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한다. AI는 창의적인 발상을 도와주지만, 최종 결정과 감성의 해석은 인간 디자이너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의 미감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감각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그녀의 한복은 젊은 층 사이에서 ‘레트로 퓨처리즘’이라는 키워드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 직업이 AI와 손잡고 새로운 소비층을 개척하는 좋은 예시다.

 

옻칠장인의 AR 시뮬레이션 도입 – 공정 시각화와 전수 혁신

 

전라남도 장흥에서 활동 중인 옻칠장 신영철 장인은 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공정 시각화 시스템을 도입해 작업 효율과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옻칠은 건조 환경과 칠의 두께, 재질 등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에, 기존에는 구두로만 전수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업 공정을 AR 기술로 시각화하여, 초보자나 제자들이 직접 실습하지 않아도 작업 순서와 변화 과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AI 기술은 이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AI가 수집하고 분석하여, 그날의 최적 작업 타이밍을 실시간으로 알림으로 제공한다. 덕분에 장인은 자신이 축적한 노하우에 과학적인 정확성을 더할 수 있게 되었고, 전통 기술이 단순히 ‘감’에 의존하지 않고 체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이 사례는 AI와 AR이 전통 기술의 보존과 교육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수제 장인의 유튜브 알고리즘 활용 – 전통의 글로벌 확산

 

전통 기술과 AI의 융합은 물리적 작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융합의 한 형태다. 경기도 여주에서 수제 도마를 제작하는 목수 한경우 씨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유튜브 쇼츠로 기록하면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그는 촬영과 편집에 AI 자동 편집 도구를 활용하고 있으며, 썸네일 생성, 해시태그 추천, 제목 테스트 등 AI 기반 마케팅 도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씨의 영상은 해외에서 ‘ASMR’, ‘핸드크래프트’, ‘Slow life’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는 북미와 유럽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시작했다. 과거에는 전통 기술이 ‘로컬’의 영역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AI 기반 플랫폼 최적화 기술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생존 방식과 유통 구조의 진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전통 직업과 AI 융합의 핵심은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바라보는 관점’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AI와 전통 기술이 융합한 모습이지만, 공통된 철학이 존재한다. 바로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의성과 효율을 확장시켜주는 파트너로 바라본다는 관점이다. 기술은 전통을 위협하거나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장인의 경험과 철학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도, 새로운 세대와 시장에 적응하고 확장할 수 있는 촉진제로 작동하는 것이 진정한 융합의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전통 직업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장인만이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AI와 함께 일하는 장인들은 단순한 제작자가 아닌, 창작자이자 교육자, 퍼블리셔, 글로벌 콘텐츠 기획자로 변모하고 있다. 전통은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AI와 함께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전통의 미래다.